지구촌 곳곳에 에너지 위기가 감지된다. 에너지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부족해져야만 비로소 그 중요성이 드러난다. 중국의 전력 부족 사태가 아마도 가장 큰 뉴스일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전력 부족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사태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발전소를 새로 건설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메탄)는 석탄과 같이 화석연료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보다 적지만 메탄의 온실가스 효과가 석탄의 30배에 달하기 때문에 온실효과는 같다. 미세먼지는 석탄보다 적지만 가스발전소가 도심에 위치한다는 측면에서 건강상의 영향도 비슷하다. 우습게도 ‘천연’이라는 단어가 수식어로 사용되면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천연은 자연에서 캤다는 뜻일 뿐이다. 그런 식이라면 석탄도 천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천연가스의 가격이 2배 가까이 폭등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수입해야 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5배가 넘게 폭등했다. 시장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휘발류 가격이 그렇게 올랐다고 상상해 보면 충격량이 느껴질 것이다.

  덩달아 석탄과 석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가 득세하고 있다. 마침내 유럽 10개국 정상은 EU의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원자력발전을 넣으라고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원전을 건설하는데에도 태양광과 동일한 금융 등의 지원을 하라는 얘기다. 친환경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그린플레이션의 우려도 심각하다.

  급기야 이러한 에너지 가격폭등에 대해 산업부가 대책을 수립한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은 원래 안정적 공급이 최우선적 목표이다. 가격이 싸고 친환경적이라면 더욱 좋다. 그러나 안정적 공급이 우선이다. 전기가 끊기는 것보다는 다소 비싸고 환경적이지 않더라도 공급되는 편이 나은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부는 전력수급계획의 원칙을 바꾸었다. ‘안정적 공급’ 그리고 ‘사회적 비용 최소화’라는 전통적인 원칙을 ‘안전’과 ‘깨끗’으로 바꾸었다. 물론 평생 훈수만 두었던 NGO(비정부기구) 출신자들의 주장이 강력히 먹힌 결과이다. 안전과 깨끗하지 않다면 쓰지 않겠다는 말인가? 철부지도 아니고 국가의 정책을 그런 원칙에 맡긴 것 자체가 엄청난 정책의 퇴행이었다. 그런데 산업부는 그것을 덥석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정부가 영혼이 없다고 비난한다. 공무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영혼이 왜 없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그들이 영혼을 가질 수 없도록 해왔던 것이다. 정권만 바뀌면 행정구조 개편이랍시고 정부를 잘라서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고 하였다. 결국 대한민국의 판이 흔들리면서 약화되었다. 정부업무평가라는 명목으로 대학교수들과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부의 업무를 평가했다. 이들이 관록있는 과장급 공무원의 상전이 되어서 섣부른 잣대를 들이댔던 것이다. 소신을 지켜서 행정을 하라고 정년을 보장해주었건만, 중앙부처의 국장이상의 보직은 어느 날 장관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자리로 관행을 잡았다. 법으로 보장된 소신을 지킬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장관이 인사권으로 흔들면 마구 흔들리는 정부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영혼 없다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영혼이 없어진 것은 맞다.

  2017년 탈원전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이 정책은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린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액화천연가스 발전이 크게 늘어난다고 지적하였다. 액화천연가스에 대한 세계시장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의 폭등과 폭락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천연가스가 청정하지 않다는 것도 지적하였다. 그런데 무시하고 탈원전을 강행하더니 이제 대책을 수립한다니 가증하다. 잔치 날 이리뛰고 저리뛰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계획은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말도 안되게 수립하고 나서 부작용이 나타나니 이제와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꼭 그 꼴이다. 결국 근원적 대책이 되지 못하고 세제를 개편하거나 국가예산을 돌려쓰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그것이 국가관과 소신이 상실된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